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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지의 역사

천호성지의 역사
천호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를 전후하여 박해를 피해 천호산 일대에 들어와 신앙공동체를 이룸으로써 비롯되었다.

천호성지 전체지도


     

관리자 | 2017.08.11 13:36 | 조회 233



                             불발 포탄으로 만든 천호성당 종




 

교우촌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학교종 소리를 듣기 전에 성당종 소리를 먼저 들으며 자랐습니다. 새벽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따라 조과를 바치며 하루를 시작하고 한낮에도 종소리에 일을 멈추고 삼종을 바쳤고 하루를 마치는 시간에 울리는 만종 소리에 맞추어 집으로 향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미사시간을 알릴 때에도, 누군가의 죽음을 알릴 때에도 종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종은 기도를 알리고 사람들을 기도 안에 불러 모으는 소리입니다.

오늘날 도시 안에서는 종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습니다. 교회의 종소리 때문에 소송을 거는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자신의 소리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은 종이 필요 없고 종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작고 오래된 시골 성당이나 깊은 산사를 방문하여 듣게 되는 종소리는 아득히 멀고 넓은 세상을 느끼게 합니다. 영혼이 날개를 활짝 편 듯, 저 멀리 까지 가닿을 듯, 무한에서 오는 아득한 부름에 대답하는 듯 느껴 집니다.

천호성지를 지켜온 다리실 교우촌에 자리 잡은 천호성당에는 전쟁이 끝난 직후에 포탄 탄피로 만든 종이 마당 한편에 걸려 있습니다. 불발에 그친 포탄의 탄피로 만들어진 종이니,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로 사용되던 쇳덩어리가 평화를 알리는 종으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쇠붙이에 불과하지만, 전쟁의 도구가 아닌 평화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신앙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그 종은 미사를 알리고 죽은 이들을 애도할 때에 울려 펴집니다.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종은 깨어있음을 상징하기도 하고, 평화를 알리기도 하기에, 늘 신앙인들 곁에 자리하여 왔음을 깨닫게 합니다.

 

주님, 제 영혼은 이 세상보다도 넓습니다. 또 그 갈망은 그 어느 골짜기보다도 깊습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저 멀리 삭아가는 종소리보다도 아픕니다. 주님, 오직 당신만이 제 영혼을 채워주실 수 있습니다. 당신만이...”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 거룩한 표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