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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지의 역사

천호성지의 역사
천호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를 전후하여 박해를 피해 천호산 일대에 들어와 신앙공동체를 이룸으로써 비롯되었다.

천호성지 전체지도


     

주님의 세례, 나의 세례

박물관 | 2018.04.19 12:04 | 조회 99

 주님의 세례, 나의 세례

 

태중 교우인 나는 세례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신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베푸는 유아세례의 전통으로 인해 세레의 기쁨과 감동을 경험하지 못하고 지나게 되어 아쉽습니다. 사제가 되고나서 예비 교우들을 준비시켜 세례식을 거행할 때마다 내가 받은 세레를 생각하게 됩니다. 예비자 교리기간 동안 진지하게 신앙의 길을 배우고 자신의 삶을 하느님을 향해 정향시켜가는 신자들의 모습에서 신앙의 은총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세레식 때에 눈물을 흘리고 감동하며 기뻐하는 세례자의 모습을 보며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 그들이 걸어가야 할 신앙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며 진중한 염려가 밀려옵니다.

 

그 때 하늘에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르코 1. 11)


복음은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죄인을 구하러 오신 주님께서. 죄인들이 받아야할 회개의 세레를 받으신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요르단 강 주님의 세레는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의 죄까지도 받아 안으심으로써 하느님의 의를 완성하는 길이었습니다. 죄 없으신 분이 죄인의 반열에 서서 죄사함의 세레를 받으셨기 때문에 누구든지 회개하고 세레를 받으면 구원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며 주시는 성사적 표지였습니다. 그러기에 주님의 세레는 하느님 나라를 향한 출발이었고 장차 십자가 위에서 이루실 사랑의 완성을 위한 희생의 예표였습니다. 따라서 세레받은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투신하며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기꺼이 하느님의 사랑을 살아내겠다는 다짐과 약속이 요구됩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여정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엄중히 묻습니다. “내가 받을 세레를 너희도 받을 수 있느냐?”(마르 10. 38) 주님의 질문은 세레를 통해 값싼 은총을 구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세례받은 사람의 삶을 싸구려 은총으로 치장하지 말라는 간절한 요청입니다. 나치 정권에 맞서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디트리히 본 희퍼는 오늘날 신앙의 의식이 값싼 은총을 구하는 몰지각한 예식으로 변질되고, 싸구려 은총으로 치장한 허잡한 신앙생활이야 말로 치명적인 적이라고 일갈합니다.

 


                                                                                              김영수 헨리코 신부(치명자산성지)